3월의 블로거
라벤더님께 듣는 요리 이야기
며칠 사이 블로그 방문자수 수십만 돌파... 그 비결은?

1. 태어날 때부터 요리에 재능이 있으셨나요? 언제부터 어떻게 이렇게 요리를 잘 하시게 되었나요?
친정 어머니가 요리를 참 잘하셨어요. 저도 그 덕에 여러 음식을 통해 다양한 맛을 접할 수 있었죠. 그리고 언니들이 많았는데 우리 엄마는 시장에 데려가도 유독 저한테 요리 재료에 대한 설명을 참 많이 해주시곤 했어요. 한 재료만 해도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할 수 있다는 것들을 알려주셨죠. 그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밤참 같은 건 제가 만들어서 언니들하고 같이 먹고, 그러면서 요리를 자주 했었어요. 저희 엄마가 제게 요리에 있어서 영향을 많이 미치셨죠.
2. 블로그 포스팅에서 올려주시는 요리는 즉흥적인가요? 아니면 면밀히 계획하신 것가요?
계획적이기라기 보다는 즉흥적에 가까운 것 같아요. 냉장고 열어보고 그 식자재 사정에 따라 요리를 주로 하는 편이에요. 그러니까 요리 포스팅도 매일에 가깝게 자주 올릴 수 있었지, 그렇지 않다면 어려웠을 거에요.
3. 가족들은 뭐라고들 하시나요? (엄청 행복할 것 같은데..^^)
늘상 요리해서 먹고 했던 게 일상이었기 때문에 특별하게 생각하지는 않아요. 외식 보다는 치킨도 닭 사다가 직접 집에서 해먹곤 해요. 아들 경우에도 점심을 밖에서 사먹기 보다는 도시락을 싸서 먹거나 그런 편이죠. 늘 '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나를 만든다'라며 음식에 대해 강조하셨던 분이 계셨어요. 저도 이 말에 깊이 공감해요. 그래서 '제가 먹는 것을 여러 가지 재료를 통해서 만들 수 있다' 라는 점이 좋아요.
4. 요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?
저에게 요리는 일상, 삶 자체에요. 요리라고 하면 뭔가 해야 한다 라고 생각 하니까 어렵다고 느끼기 쉬워요. 요리가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는, 많이 안 봐서, 안 먹어봐서. 안 해봐서 어려울 수 있어요. 그런데 저는 어머니의 덕분으로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맛을 경험했던 영향으로, 어디를 가도, 무엇을 먹어도 남다른 시각에서 다양하게 생각하고 보게 되는 거 같아요. 그동안 먹었던 거, 봐왔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축적되서 쌓였기 때문인 것 같아요. 그게 결국 모방일 수도 있어요. 엄마가 하는 것 보고, 누가 하는 것 보고 배우고 하면서 어느 정도 경험이 생기면 그때부터는 나만의 노하우가 되는 거에요. 다른 사람이 한 것을 보고, 그걸 응용해서 제 것으로 만들 수도 있으니까 이런 점에서 요리가 참 재미있다고 생각해요.
5. 요리가 하기 싫을 때도 있으신가요?
몸이 힘들 때인 것 같아요. 몸이 힘들 때는 재료를 다 준비해놓고도 몸을 움직이기가 어려울 때가 있어요. 하지만 그럴 때 외에는 요리하기 싫을 때는 없는 것 같아요.
6. 어떤 요리가 좋은 요리라고 생각하시나요?
건강한 요리가 좋은 요리라고 생각해요. 일단 식자재가 좋은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어요. 기본적인 게 좋으면 맛은 그냥 당연히 나게 되어 있어요. 저는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죠.
7. 자녀가 있으시면 아들이나 딸에게 요리를 가르치고 싶으신가요?
저희 엄마가 저를 가르치려고 했기 때문에 제가 요리를 잘하는 게 아니라 엄마가 여러 가지 요리를 저에게 먹였기 때문에 요리를 잘하게 되었다고 생각해요. 그래서 저도 아들에게 여러 가지를 먹이려고 했어요. 아들도 입이 맛에 대해서 예민한 편이긴 해요. 요리를 잘 하려면 저는 많이 먹어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. 맛에 한계는 없거든요. 그 많은 맛 중에서 자기가 맛을 골라 내는 거에요.
8. 남이 한 요리 중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이 있다면?
'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은 남이 해주는 음식이다'라고 하잖아요. 요새는 어떤 음식이든 남이 해주면 다 맛있더라고요. 그동안은 그 말을 이해를 못해왔는데 요즘은 몸이 힘드니까 남이 해주는 음식이 이렇게 맛있구나 싶어요. (웃음) 당연히 우리 엄마가 해준 음식이 가장 맛있죠. 불고기...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색감도 중요하게 생각하시고, 야채와 고기를 같은 비율로 놓아서 늘 주셨어요. 어렸을 때 애들은 많고 고기는 조금이니까 엄마 나름대로 야채나 당면을 넣으면 양이 많아지니까 나눠먹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넣으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게 참 좋은 요리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. 항상 우리 엄마는 색감을 중요시했고, 맛 뿐만 아니라 보여지는 것, 셋팅도 중요시했던 거 같아요. 엄마가 해줬던 불고기가 정말 맛있었죠.
9. 김치담기를 두려워하는 요즘 주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?
요리는 안해서 못 하는 거지 아예 못하는 사람은 없다고 봐요. 음식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안다면 시도를 해볼 것이고 시도를 하다보면 그 맛을 알 것이고 그 맛을 알면,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라고요. 하지만, 시간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에 많이들 못 하는 것 같아요.
10. 그동안 올렸던 블로그 포스팅 중에 가장 아끼는 포스팅이 있다면?
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포스팅은 '약식 포스팅'이에요. 그게 인기가 굉장히 많았고 약식 포스팅을 올리고 저를 좋아해주는 팔로워들이 생겼어요. 그런데 사실 그 약식 레시피는 20년 넘은 저만의 노하우에요. 20년 동안 저만의 노하우가 담긴 레시피이기 때문에 공개하기 꺼려졌던 면도 있었어요. 하지만, 공개를 해도 똑같이 못한다 하는 자신감으로 올린 게 되었어요. (웃음) 누가 뭐 잘 한다고 해서 배껴서 올린 것이 아니고 제가 가진 노하우를 녹여내서 나온 레시피이기 때문에 더 인기가 많고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. 약식은 그렇게 오래된 노하우를 담은 레시피라 더 애착이 가요.
11. 최근에 네이버 메인 중 '오늘의 요리'에 소개되셔서
방문자수랑 이웃수가 급증하셨다고 들었는데, 어떻게 그런 글을 쓰게 되신 건가요?
잘 하는 요리, 요리 레시피는 얼마든지 많아요. 그렇지만 저는 남들이 안하는 걸 한 거죠. 이번에 김짱아찌가 네이버에 노출되었던 게 그래서 된 거에요. (3월 26일 메인에 소개되었는데, 3월 한달간 21만명이 제 김장아찌 레시피를 봤어요) 김도 제가 잘해서라기 보단 사람들이 필요한 부분을 딱 꺼내준 거거든요. 잘 해서 된거라기 보다 안 먹는 김, 쳐져있는 김을 꺼내서 레시피를 올리니까 통했다고 생각해요. 1월 달에 올렸던 글인데도, 네이버에서 찾아서 노출을 시켰더라고요. 깜짝 놀랬죠. 그래서 느꼈어요. 내가 할 수 있을 때 하면 되겠구나. 보통 블로거들은 예를 들어 지금 멍게철이라면, 멍게철 전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는데 저는 그런 블로거들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였어요. 그래서 저는 어차피 못 따라 가기 때문에 그 대신 남 안하는 것들을 했고, 그런 것들이 통한 거죠. 다른 사람들은 요리를 잘 하니까 네이버 메인에 나왔나보다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 말을 꼭 전해주고 싶었어요.
<네이버 메인 노출 전(Before)>

<네이버 메인 노출 후(After)>

12. 남들이 잘 안하는 것을 했다고 하셨는데, 어떤 글들이 그런 글인지 소개 좀 해주세요.
정보들이 차고 넘치는 가운데 속에서도 제 블로그에 들어와서 '라벤더님의 글은 뭔가 달라요.'라고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있어요. '라벤더님 블로그에 들어오면, 내가 안 해먹던 거, 쳐져있던 거를 해먹게 되요."그런 말을 하면서 제가 남 안 하는 거, 요리 식자재를 다양하게 이용한다는 걸 알아차리는 사람들이 있어요.
예를 들어 빵이 딱딱해졌어요. 못 먹는데, 그걸 부드럽게 해서 먹는 방법(프렌치토스트 만드는 방법)을 올렸더니, "안 먹고 방치해뒀던 빵을 라벤더님 따라서 해봤더니 다 먹었어요." 그러고, 감자에 싹이 나서 버릴려고 했는데, 그걸 가지고 뭔가를 만들어 올리니까 "그거 버리지 말고 해먹으면 되겠구나"하는 댓글이 달려요. 제 글을 자세히 보면 그런 부분이 많아요. 네이버에서 저는 그걸 알아봐서 메인에 소개시켜 줬다고 생각해요. 지금 시기가 집집마다 냉장고에 눅눅한 김들 많이 있을 때거든요. 제가 그렇게 소개한 레시피가 몇 개 있어요. (싹난 고구마, 감자, 김.. 몇 가지 있어요.) 지금 이 시점에 싹 난 것들 다 버리거든요. 미쳐 다른 사람들이 소개 못한 것들을 꺼내서 제가 만들어 올리면 공감대가 형성되요. 왜냐하면 각자 집들마다 냉장고에 그런 것들이 있거든요.
13. 라벤더님의 블로그에 오셔서 이웃분들이 남긴 글 중에 인상깊었던 말이 있다면?
제 이웃 중에는 요리를 어려워하는 젊은 사람들도 많아요. 그런데 그런 이웃분들이 뭐라고 하냐면 "라벤더님이 하는 과정을 그대로 따라 하니까 되더라. 그래서 정말 좋다."라고 이야기를 해줘요. 그러니까 요리를 안 해본 사람도 제 포스팅을 보면 "아 요리 하고 싶다." "아, 요리 해보니까 된다" 그런 덧글들을 보면 더 열심히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. 식자재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몰라요. 그래서 식자재가 있어도 활용을 못하고 어떻게 할 줄을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, 그런 어려움을 좀 해소해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들어요. 그래서 기본 양념 5가지(고추기름, 대파기름, 생강 술, 맛 간장, 굴 소스) 레시피가 있는데, 특히 굴소스는 주로 사먹는 거라고 생각하잖아요. 그런데 정말 합성첨가물들이 많거든요. 그런 것들 집에서 만드는 방법을 보면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어요. 요번에 이웃 중에 케찹 만드는 방법을 물어온 이웃도 있는데, 레시피를 가르쳐주는 김에 조만간에는 케찹 같은 기본적인 식자재 활용법을 올리게 될 거 같아요. 똑같은 재료로 이것도 하고 이것도 하고 이것도 할 수 있는 것. 이렇게 알려주면, 아주 재밌고 보는 사람도 시도해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.
14. 끝으로 괜찮은 블로거분들께 한 말씀 해주세요.
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에요. 내가 잘 하는 것으로, 재밌고 좋고 잘하는 것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건 괜찮은 일인 것 같아요. 그것만으로도 블로그를 계속 할 이유가 되겠죠? 나이 먹어도 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블로그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. 그리고 제가 가지고 있는 이 것들을 음식이 되었든 생각이 되었든 제가 알고 있는, 제 안에 있는 것들을 저 혼자만 알고 가기엔 너무 아까운 것들이 많아요. 조금 블로그에 끌어만 내줘도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면 블로그를 계속 하고 싶어요. 이런 마음이면 지치거나 무슨 일이 있어도 쉽게 그만두지 않을 것 같아요. 최근에 블로그를 계속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제 블로그를 소중하게 여겨 주시는 분들이 있다면 그 숫자가 몇 명이 되더라도 정말 끝까지 내 할 일을 해가고 싶은 마음입니다. "진심은 통한다."라고 생각하거든요.
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라벤더님께
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.